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는 말로 유명하다.
음식이 사람을 닮아 가는 것인지? 사람이 음식을 닮아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음식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지역을 이해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포항을 이해하는 데는 과메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포항전경](/Main/data/userfiles/ph_story_gwamegi2.jpg)
[포항 전경]
겨울철이 제철이라, 싱싱 부는 엄동설한에 맞이하는 과메기는 비릿하면서도 쾨쾨한 내음, 기름이 잔뜩 낀 붉은 속살로 쉽게 접근하지 못할 것 같은 퉁명스러움에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김, 돌미역, 배춧잎에 과메기 한 토막을 고추장 듬뿍 발라, 쪽파, 마늘을 얹은 다음 입안에 구겨 넣으면 쫄깃쫄깃 씹히는 맛 속에 고소함이 입안으로 번져 나간다.
여운처럼 남아 있는 고소함을 찬 소주 한잔으로 마져 넘기면 기분 좋은 포만감이 몰려온다.
![포항 - 과메기 덕장 모습](/Main/data/userfiles/gmgi_story_2.jpg)
경상도 바다 사나이들의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속정 깊은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됐다마 치아라”라는 한마디에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고소함이 느껴진다.
과메기는 관목어에서 나온 말이다. 두 눈이 마주 뚫려 있는 고기의 눈을 꿰었다는 뜻으로 그 발음상의 변화를 거쳐 과메기가 되었다.
[소천소지]라는 조선시대 문헌에 보면 옛날 과거시험을 보러가던 배고픈 선비가 바닷가를 지날 때, 나뭇가지에 눈이 꿰어 말라가던 고기를 우연히 발견 했는데, 먹어보니 그 맛이 아주 훌륭했다고 한다. 선비는 그 맛을 잊지 못해 집으로 돌아와서는 겨울마다 청어나 꽁치를 나무에 꿰어 걸어 말려 먹었다.
여기에서 꽁치와 청어를 반쯤 말려 먹는 과메기가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60년대 이후 청어 산출량이 줄어들면서 현재는 꽁치 과메기만이 남았다.
![잘 말려지고 있는 과메기](/Main/data/userfiles/gmgi_story_3.jpg)
![쫀득하고 고소한 포항 과메기](/Main/data/userfiles/gmgi_story_1.jpg)
우리나라 음식 중 말린 생선류를 날로 먹는 것은 드물다. 명태, 쥐치 등이 있지만 이들 생선은 거의 물기 없이 말려 먹는다 . 과메기처럼 축축하지 않다. 삭힌 것인지 썩힌 것인지 몰라 고민하는 홍어처럼, 과메기는 말린 것인지, 날것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10월에서 2월말까지 덕장에서 과메기가 생산되는데 경북 동해안을 따라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최적의 조건을 지닌 구룡포가 대표지이다.
영하 10도 이상 올라가지 않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속살이 투명한 붉은 빛으로 변한다.
![포항 - 과메기 관련이미지](/Main/data/userfiles/gmgi_story_4.jpg)
통째로 말린 통말이와 반을 갈라 머리와 내장을 떼어낸 배지기로 나뉘는데 어민들은 통말이를 더 맛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입맛엔 속까지 잘마른 배지기가 맞는다.
ps. 과메기는 계절 음식으로 포항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왠만한 횟집에서 다 맛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