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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자료실

제목
엄마 노릇이 버거운 세상
  • 등록일2003-08-05 14:20:48
  • 작성자 관리자
내용

세계최저 출산율, 자녀동반자살. 건강한 母性의 사회 만들어야 

“하느님은 세상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를 창조했다”고 옛 유대 속담은 말한다. 아랍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어머니는 학교다. 어머니가 바로서면 나라(國家)도 넉넉히 세울 수 있다.” 

그랬던 ‘어머니 신화’가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균열상을 보이고 있다. 출산율이 여성 1인당 1명 안팎으로 떨어졌다는 경보음은 어머니 노릇에 지친 여성들의 피로(疲勞)를 드러낸다. 취업과 자기 성취를 이유로 아기를 안 낳는 수도 무시할 수 없게 늘었다. 가정 경제 파탄이 속출하면서, 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는 젊은 어머니도 드문 일이 아니다. 

‘엄마 노릇 하기 싫다’는 이들의 행동에는 ‘고립된 어머니’가 되기를 거부하는 소리 없는 비명이 담겨있다. 한 30대 여성이 생활고(生活苦)를 비관, 일곱 살, 다섯 살 난 두 자녀를 차례로 고층 아파트에서 밀어뜨리고 자기는 세 살배기 막내를 안고 뛰어내린 얼마 전 사건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공책장을 찢어낸 유서에 그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살기가 싫다”고 썼다. 황망하게 휘갈겨 쓴 글자엔 극한에 이른 한 어머니의 절망이 뚜렷이 새겨졌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연민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역, 태평로 지하도에는 신문을 덮은 젊은 노숙자들이 나날이 늘고, IMF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하지만 이 악물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차라리 애들을 어디 맡기기라도 하지, 왜 애꿎은 생명은 빼앗나. 더 어려운 시절에도 죽을 힘을 다해 우릴 키워준 어머니들이 있었다. 이런 말 들 속엔, 먼저 독립된 인간으로, 고통과 맞닥뜨려 싸울 수 있는 여성을 키워내는 데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 충분치 못했던 것 아닐까, 그런 회의가 담겨있다. 

사방으로 벽을 싸 바른 대도시의 아파트에 갇혀, 풍요의 그늘을 더 짙게 느끼는 가난한 주부에게 빈곤과 좌절은 온전히 자기 혼자의 몫이었을 것이다. 미국 사회의 모성 붕괴를 연구한 심리학자 섀리 서러는 “사회적으로 격리되고 가사와 양육에 얽매인 어머니들이 서서히 미쳐 간다”고 지적했다. 

유아 살해와 자살로 이어진 이번 사건에서 우리는 ‘미쳐버린’ 어머니와 어머니 신화의 붕괴를 본다. 세 자녀와 함께 죽음을 택한 30대 주부의 공포와 고립감엔 어머니 아버지 노릇을 딱 갈라 성 역할을 구분해온 가부장 사회의 책임도 크다. 그런 한편으로는 여성 교육이 경제적·정신적으로 스스로를 추슬러 세울 수 있는 인간을 육성하는 것으로 혁명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모성(母性)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흐름과 특정한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다. 삯바느질에 등짐 장수를 마다 않고 아이들을 키워낸 ‘강인한 어머니’는 거의 모든 한국인이 가난했던 6·25 전쟁기와 70년대 고도 경제 성장기가 빚어낸 산물이다. 

그러나 남성과 다를 바 없이 고등교육을 받고도 취업문은 여전히 더 좁고 집안일과 육아가 여전히 여성 몫이라는 문화 지체(遲滯)를 고통스러워하는 20~30대 여성들에게 과거의 모성은 차라리 비인간적인 표상이다. 

자녀 양육의 부담이 적은 것도 아니다. 태교에서부터 시작되는 자녀 교육 경쟁은 매니저 엄마에, 돈 벌어다주는 아버지라는 또 하나의 성 역할 구분을 통해 어머니를 압박한다. 주부 노릇과 전문직 양쪽을 척척 해내는 완벽한 여성을 내세우는 TV 드라마, 이유식(離乳食) 하나도 값비싼 것이 남다르다고 숨통을 조여오는 상품 광고의 홍수도 대다수 여성의 일상을 단번에 남루로 떨어뜨린다. 

이 같은 유무형의 사회적 압박 아래서, 어머니 노릇을 회피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잠든 아이들 귓가에서 밤새도록 달달달 울리던 재봉틀 소리의 모성 신화에는 우리 어머니, 할머니의 눈물이 고여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그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아이 셋을 둔 가난한 어머니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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