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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언

제목
두개의 도시락( 김미향 님 / 부산 북구 덕천3동 )
작성자
관리자
내용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집은 너무 가난해 도시락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점심 종만 치면 독서공원이며 수돗가를 서성였고, 
어쩌다 10원짜리 몇 개 가진 날은 매점을 찾아가 과자로 배를 채우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경진이가 
친구들 눈치를 살피며 내게 도시락 가방을 내밀었다.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손에 꼭 쥐어 주는 도시락을 조용히 들고 와서는 
내가 싸 온 것처럼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부터 경진이는 혹 친구들에게 들켜 내가 상처라도 입을까 조심하며 
몰래몰래 내게 도시락을 건네주었고, 난 자연스럽게 받았다. 
어린 나이라 가난을, 부끄러움을 몰라서였기도 하겠지만 
계란말이에 쇠고기 장조림이 너무 맛있어서, 
배고픔이 아니라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는 게 마냥 좋아 그랬으리라. 

천 도시락 가방에서 보온 도시락 가방으로 바뀐 기억으로 보아 
오래도록 경진이 어머니가 내 도시락을 싸 주신 것 같다. 
보온도시락 맨 밑에 들어 있던 따뜻한 물병도 잊을 수가 없고 
때때로 호빵도 들어 있어 감탄사를 절로 나오게 했다. 
겨울이 되자 몸이 좀 약한 경진이가 무거운 보온도시락을 
두 개씩 들고 오기가 무리인 것 같아 어느 아침부턴가 
경진이네 집에 들르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경진이 어머니를 보았는데, 
인자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보온도시락을 
건네주시던 모습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날 아침 경진이 어머니가 날마다 싸시는 
도시락이 내 것까지 네다섯 개나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고마움을 알게 해 준 친구 그리고 어머니. 
참으로 보고 싶고,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 
어머니,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고마움을 전합니다. 
당신 덕분에 그 시절 전 가난했지만 
마음은 부자였고 외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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